많은 뭔가를 보고 머릿속에 담아오는 여행도 좋지만 상념 가득했던 머릿속을 비우는 여행도 의미가 있다. 어깨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가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우치고, 나를 낮출 줄 아는 사람이 되어 돌아오는 구도(求道)의 여행. 평화로운 황토 들녘과 넉넉한 갯벌이 있는 전라북도 고창은 번민 가득한 이들에게 삶이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깨닫게 한다.
글 서창석 사진 서찬우
들어서며 마음에 평화가 밀려오는 고창읍성
고창읍에 들어서면 고창읍성이 눈에 들어온다. 영화 '왕의 남자'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구가의 서' 촬영지이기도 한 고창읍성은 560년 전에 지어진 인공건축물이면서도 자연석을 투박하게 다듬어 쌓아올려 순수한 아름다움이 그대로 가슴에 와 닿는다. 모진풍파 헤치며 그 자리를 지켜온 돌담 안으로 들어가 경사가 심하지 않은 약 1.7km 둘레의 성곽을 따라 걷다보면 고즈넉한 분위기에 젖어 마음에는 평화가 깃든다.
고창읍성에는 예로부터 돌을 머리에 이고 성곽을 한 바퀴를 돌면 다리 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고, 세 바퀴 돌면 극락승천 한다는 전설이 있다. 붉고 하얀 철쭉 무리가 떠받히고 있는 성곽을 따라 돌며 순수한 마음으로 평안을 빌어보는 것도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소박한 행복이다.
동헌과 객사 등 유적이 복원되어 있는 성 안에서는 아름드리 소나무와 울창한 대나무 숲이 운치를 더하며 푸근하게 나를 감싸 안는 것만 같다. 하늘거리는 나뭇잎과 벗하며 넋 놓고 걷다가 하늘 한 번 쳐다보고, 큰 숨 들이키며 숲 한번 쳐다보면 마냥 편안하기만 하다.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청보리밭
청보리밭축제로 유명한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으로 발길을 옮겨본다. 가는 길에 지나치는 무장면 성내리에는 고창의 또 다른 보물 '무장읍성'이 자리하고 있다. 뒤덮인 이끼가 역사를 말해주는 그곳은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더욱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무장읍성에서 지척에 있는 학원농장은 매년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청보리밭축제를 개최하며 고창을 대표하는 관광지이다. 수십만 평에 이르는 확 트인 구릉에 심어진 청보리는 초록의 바다를 만들며 보는 이의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고, 싱그러운 바람결에 살랑대는 보리밭 사이를 걷다보면 어느새 상념은 다 사라지고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농장 주인이 방문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심었다는 노란 물결의 유채꽃은 청보리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또 하나의 장관을 연출한다.
선운사의 종소리와 서해의 황홀한 낙조
고창군 아산면 도솔산 자락에 있는 천년고찰 선운사는 가을 단풍이 백미로 꼽히지만 봄이면 벚꽃과 동백,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과 상사화란 이름으로 알려진 꽃무릇, 겨울의 설경 또한 어디에 뒤지지 않는다. 특히 선운사 뒤쪽 산비탈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3,000여 그루의 동백 나무에 탐스럽게 달린 빨간 꽃송이들과 도솔암까지 이어진 숲길 따라 만발한 야생화는 그곳을 찾는 이의 뇌리에 각인되기 십상이다.
선운사 한 구석에 앉아 솔솔 불어오는 바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소리에 생각을 맡긴 채 아련한 그리움을 떠올리다보면 어느새 저녁이 되어 '댕~, 댕~' 그윽한 타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면 고창군 해리면 동호리에 있는 동호해수욕장으로 가보자. 4km의 백사장과 해당화 공원이 멋스러움을 더하는 동호해수욕장의 수백 년 된 소나무 숲에서 바라보는 서해의 낙조는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아쉽다. 너른 갯벌 저편으로 오묘한 빛을 물들이며 고요히 사라지는 황홀한 해넘이는 고창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이다.
직접 캔 바지락을 가져갈 수도 있는 갯벌체험
고창이 더욱 풍요롭고 여유로울 수 있는 것은 기름진 들녘뿐만 아니라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갯벌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10km의 해안과 접한 광활한 갯벌에서 국내 최대의 바지락을 생산하고 있는 심원면 하전리는 갯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직접 캔 바지락을 가져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밖에도 고창에서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고인돌 유적을 볼 수 있고, 구시포해수욕장으로 가면 부인병은 물론 피부 및 관절염 등에 효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해수찜을 즐길 수도 있으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발견된 게르마늄온천수를 사용하는 석정리 고창웰파크시티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고창을 떠나는 길에 어느 마을로 접어드니 '장의사'라는 오래된 간판이 눈길을 끈다.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지만 이제는 보기 힘든 그 간판에 페인트로 쓰여 있는 '장의사'라는 글씨에서 애틋한 향수가 고개를 든다. 고창은 그렇게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았다.
- 본 기사는 '소비자를 위한 열린마루 2013 (5+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웹진의 다양한 기사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식약처 웹진 ‘열린마루'를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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