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와 속도에 지친 심신은 휴식을 원한다. 바람 솔솔 부는 나무그늘 아래에 앉아 무념무상(無念無想)으로 시간을 보내고, 시원한 평상 위에 두 다리 쭉 펴고 누워서 바람을 벗 삼으며 뭉게구름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여유로움을 온몸으로 즐기며 동심을 되찾을 수 있는 그 곳, 천진난만의 도시 담양이다.
글 서창석 사진 서찬우
休‥休‥休를 위한 여행
전라남도 담양이 대나무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모을 만큼 대단히 각광받는 관광지는 아니었다. 여행 마니아가 아니라면 일부러 찾아오는 이도 별로 없던 담양이 KBS 2TV ‘1박2일’에 ‘죽녹원’이 나온 후 부쩍 관광지로 떠올랐고, 담양을 찾은 사람들은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담양의 또 다른 매력에 흠뻑 빠져들기 시작했다.
담양의 매력은 인공미가 배제된 자연스러움과 느긋함이다. 산과 숲, 그리고 물이 그려낸 담양 땅 너른 들녘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천진난만한 초록의 정원에 두 눈이 취하고, 하늘 높이 뻗어있는 대나무는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시원해진다. 담양 땅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둘러보고, 만든 이의 정성이 느껴지는 맛난 음식을 먹는다면 만족감은 배가된다.
요란하게 놀 거리는 없지만 담양에서 보내는 시간은 결코 심심하지 않다. 담양에는 대나무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담양에서의 시간을 보다 알차게 보내고 싶다면 여행테마를 아름다운 숲과 가사문화 코스, 슬로시티, 먹거리로 나누어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도 괜찮다.
죽녹원의 여름은 신비로움 그 자체
담양의 아름다운 숲 이야기는 연간 120만 명이 찾는다는 죽녹원에서 시작된다. 약 15만 5,000㎡에 이르는 죽녹원 입구에 들어서면 울창한 대나무 숲의 장관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푸른 댓잎 사이로 파고든 햇살과 산들바람에서는 청량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이는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른 대나무가 다량의 음이온과 산소를 발생시켜 기온을 낮추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편백나무 숲의 2배나 되기 때문일까? 대숲 사이 오솔길을 걸으며 죽림욕을 즐기면 신선한 느낌과 함께 일상에 지쳐 굳어있던 몸이 풀어진다.
사각거리는 댓잎의 합창을 들으며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도 즐겁다. 바람이 불면 대나무 숲 전체가 잘 훈련된 병사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그 모습이 철새들의 군무(群舞) 같기도 하고,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파도타기 응원처럼 보이기도 한다. 댓잎의 떨림은 합창단의 노래도 되고, 응원단의 함성이 되기도 한다. 대나무끼리 부딪히며 내는 ‘탁탁’ 소리는 노래장단도 되고, 응원의 박수가 되기도 한다.
죽녹원에는 대나무 잎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먹고 자란다는 죽로차(竹露茶)가 유명하다. 오솔길 옆 생태전시관에서 잠시 쉬며 죽로차로 목을 적시면 진한 죽향에 취해 마음이 평온해진다. 그야말로 죽녹원의 여름은 신비로움이다.
이국적인 풍경, 메타세쿼이아 길
죽녹원에서 나와 다리를 건너면 2004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관방제림'으로 이어진다. 조선시대에 홍수를 막기 위해 조성했다는 관방제림은 어른 3명이 둘러싸야 할 정도로 두꺼운 수령 300년 된 고목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여기서 조금만 움직이면 풍광도 다르고 분위기도 딴판인 담양의 또 다른 명소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로 갈 수 있다.
2002년 '가장 아름다운 거리 숲'으로 선정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은 이국적이다. 담양에는 메타세쿼이아를 가로수로 심은 도로가 많이 있는데, 학동리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은 바로 옆으로 새로운 도로가 뚫리면서 차량이 통행하지 않게 되어 이제는 완전히 보행자들의 차지가 되었다. 10층 건물보다 더 높게 자라 쭉 뻗은 매혹적인 몸매를 과시하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만든 초록빛 동굴을 걸으며 사진도 찍고,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 낭만에 취해보는 것도 담양 여행이 주는 색다른 즐거움이다.
그밖에도 전남 5대 명산이자 진귀한 노송이 빽빽하게 들어찬 추월산에 오르면 평화로운 담양호를 내려다 볼 수 있어 좋고, 죽향문화체험마을에서 한옥민박체험과 다도체험 등 여러 가지 체험하며 진짜 담양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알고있는 것보다 쓰임이 다양했던 대나무 공예품을 보기위해 한국대나무박물관을 둘러보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다.
멋에 취하고 지혜를 배우는 시간여행
담양의 또 다른 자랑은 담양이 그 옛날 선비들의 멋이 농축된 가사문학의 산실이라는 것이다. 담양의 자연풍광은 선비들의 발길을 붙잡으며 시심(詩心)을 자극했다. 무등산 아래 광주호가 내려다보이는 남면 지곡리에 있는 '소쇄원'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정원으로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명소이다. 소쇄원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창평향교와 수남학구당, 송강 정철이 성산별곡을 완성한 '식영정', 가사문학의 보고 '한국가사문학관'이 있고, 소쇄원을 지나서는 은사(隱士)의 고절(高節)을 보여주는 '독수정원림'과 선비의 풍류정신이 깃든 ‘환벽당’이 있어 힘들이지 않고 선비들의 멋에 심취할 수 있다.
선비들과 헤어져 갔던 길을 되돌아 나오다가 우회전을 하면 얼마 가지 않아 슬로시티 창평으로 들어설 수 있다. 삼지천 마을의 좁은 돌담길을 따라 느리게 걷다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담장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이야기가 떠오르고, 느릿느릿 홀로 걸어도 심심하지 않다. 담양 땅에는 놀라우리만치 생생하게 선조들의 멋과 지혜가 남아있다.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고, 스스로를 낮추며 순리를 따르는 삶을 미덕으로 여겼던 선조들의 흔적을 보며 삶의 내공이 한 꺼풀 두터워진 느낌도 든다.
- 본 기사는 '소비자를 위한 열린마루 2013 (7+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웹진의 다양한 기사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식약처 웹진 ‘열린마루'를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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