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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초콜릿 위에 핀 하얀색 곰팡이, 정체가 뭐야?

까밥 2012. 11. 12. 16:25

초콜릿 위에 핀 하얀색 곰팡이, 정체가 뭐야?

 

 

햇볕이 적당하게 내리쬐던 어느 날, 집에서 놀고먹던 J양은 입이 심심해집니다. 군것질이나 하나 해보자는 심산으로 추리닝을 주워 입고 슈퍼마켓에 당도한 J양. 습관처럼 초콜릿을 집습니다. 한가득 고인 침을 머금고 포장지를 죽 뜯었는데 뙇! 이게 웬일. 곰팡이가 핀 초콜릿입니다. 초콜릿 표면에는 회색인지 흰색인지 부스러기가 잔뜩 달려있어 보기가 무척 흉합니다. 겉보기에는 곰팡이 같은데. 초콜릿이 너무 오래 되서 생겼나봅니다. 낭패입니다. 차라리 초파리라도 한 마리 들어있으면 보상금이라도 타는 건데. 하지만 곰팡이 같은 것은 오래되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자비로운 생각을 해봅니다. 다시 슈퍼까지 가기에는 너무 귀찮은 J양, 아깝지만 흰 곰팡이가 핀 초콜릿을 내다 버립니다.

 

여러분도 J양과 같은 경험을 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흰색의 알 수 없는 가루가 잔뜩 묻어있어 상해 보이는 초콜릿. J양의 생각처럼 초콜릿이 오래되어 곰팡이가 핀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J양의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불운했던 J양이 집은 초콜릿은 분명 오래된 초콜릿일 것입니다. 하지만 초콜릿 표면에 묻은 회색, 흰색 가루은 초콜릿이 상해서 생긴 곰팡이가 아닙니다. 그것은 원래 초콜릿 속에 얌전하게 녹아 있어야 했던 지방질이 녹아 나온 것이지요.

 

아시다시피 초콜릿은 코코아 가루와 지방질, 설탕으로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초콜릿의 재료를 모두 모아 냄비에다 넣고 끓이더라도 절대 시판되는 초콜릿처럼 맛있는 초콜릿을 만들 수 없습니다. 입 안에 넣자마자 톡, 하고 부서지며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질감은 초콜릿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러한 초콜릿의 촉감과 질감을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가공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 가공과정을 초콜릿 담금질, 즉 Tempering이라고 합니다.

 

초콜릿의 내부를 현미경으로 자세히 살펴본다면 초콜릿을 구성하는 분자들은 일정한 크리스탈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을 관찰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초콜릿의 크리스탈 구조는 6가지로 나뉩니다. 1번부터 6번까지의 크리스탈 구조는 각각 특징, 분자간의 결합 구조를 형성하는 온도 등이 서로 상이합니다. 예를 들어 1번 크리스탈 구조는 섭씨 17도에서 형성됩니다. 하지만 이 구조는 매우 약한 구조여서 씹었을 때 톡 부서지는 느낌이 나지 않고 그냥 허물어져버리고 맙니다. 36도에서 형성되는 6번 크리스탈 구조는 1번보다 훨씬 안정화된 구조이긴 하지만 초콜릿으로 만들기에는 너무 딱딱합니다. 37도인 우리 몸에 가장 잘 동화되어 스스륵 녹는 질감을 나타내는 것은 바로 34도에서 형성되는 다섯 번째 크리스탈 구조이지요. 초콜릿을 만드는 회사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내려고 하는 것도 바로 이 다섯 번째 크리스탈 구조입니다. 그래야만 초콜릿이 먹었을 때 가장 맛있게 느껴지기 때문이랍니다.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만든 초콜릿이라고 하더라도 흐르는 세월의 풍파에 장사는 없습니다. 유통과정에서 급격한 온도변화를 겪는다거나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너무나 오랫동안 방치된 초콜릿은 그만 크리스털 구조가 서서히 깨어지고 맙니다. 이 크리스털 구조가 깨어지는 순간, 초콜릿의 불행은 시작되고 말지요. 크리스털 구조 안에 갇혀 있었던 지방질과 설탕이 깨어진 구조 바깥으로 흘러나오게 되면서 초콜릿의 표면은 하얀 곰팡이 같은 모양을 띄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J양이 곰팡이로 착각했던 흰색 코팅은 다름 아닌 초콜릿의 숨겨졌던 지방질이었던 것입니다.

 

이 상태의 초콜릿을 먹어도 좋을까요? J양에게는 유감이지만, 대답은 YES입니다. 지방질이 빠져 나온 초콜릿이라고 하더라도 위생 상태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저 보기가 흉할 뿐이지 상했거나 오염되었다는 표시가 아니니까요. 처음 만들어졌을 때보다 맛은 덜하겠지만요. 하지만 이러한 Fat Blooming 상태의 초콜릿이 더욱 오랫동안 방치된다면 어떨까요. 오래된 지방질이 몽땅 빠져나은 초콜릿은 타이어처럼 딱딱해지고 맙니다. 이 현상의 초기단계에는 그저 미용 상의 문제가 있을 뿐이지만 더욱 정도가 심해진다면 아주 딱딱해지고 맛이 없는 초콜릿이 되고 만답니다. 이러한 이유로 초콜릿을 판매하는 기업들은 크리스털 구조의 깨짐을 방지하기 위해서 초콜릿의 유통과 저장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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