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난히도 비가 잦다. 올여름 내내 사상초유의 폭염이 지배하더니 뒤이어 태풍과 집중호우가 전국을 휩쓸고 지나갔다. 태풍의 피해가 아직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상기온으로 인해 이른바 베지플레이션(Vegeflation: 채소값(Vegetable)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Inflation)을 뜻함) 현상으로 서민들의 생활고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갑작스런 채소 값 폭등으로 인해 채소를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울상이긴 마찬가지다.
물가 도대체 얼마나 올랐나?
올여름 폭염과 태풍으로 인해 채소류의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고, 추석 전에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출하량이 감소하면서 물량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음에 따라 채소류의 물가가 폭등하게 되었다. 한국물가협회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당근·마늘·무·배추·파 등 대부분의 채소류가 큰 폭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배추는 1통(중품)에 2500원이었던 것이 올해는 15000원으로 올랐고, 무는 1개에 1500원이었지만 3000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배추 4통을 살 수 있는 가격으로 올해는 1통밖에 살 수 없는 실정이 되면서 이른바 김치는 ‘금치’로 둔갑했다. 배추가 물가폭탄이 되면서 다가오는 김장철은 서민들에게 두려울 뿐이다.
이 외에도 양배추는 지난해 1통에 2500원에서 5000원으로, 가지는 50개(중품)에 1만원에서 2만원으로, 대파는 1kg에 2000원이었던 것이 4500원으로 올랐고, 9000원 하던 상추(4㎏ 중품)는 5만원, 1단(중품)에 1500원이었던 열무는 4000원으로 물가가 상승했다. 이 같은 채소값 상승에 따라 식당에서도 김치를 더 먹으려면 추가비용을 내는 등 우리네 인심도 야박해진 것이다.
채소값 폭등으로 달라진 우리 식탁을 들여다보자!
옆의 식단은 다양한 영양소를 적절하게 섭취할 수 있는 일반적인 식단표다. 말 그대로 부담없이 차릴 수 있는 밥상. 그러나 채소값 폭등 후, 이야기는 달라졌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매일 먹는 김치부터 먹기 부담스러운 반찬이 된 것이다. 도대체 평범한 한 끼 식사를 장만하기 위해 장을 보는데 얼마나 더 소비하게 된 것일까?
김치에 들어가는 배추, 무국에 들어가는 무와 소고기, 고등어조림의 고등어, 시금치무침의 시금치, 버섯불고기의 버섯과 돼지고기를 기준으로 가상의 장을 보았다. '한국물가협회'가 제시한 최근의 가격동향을 기준으로 가격을 살펴본 결과, 작년에는 한끼 식사를 위해 약 22,450원이 들었다면 올해는 약 34,740원이 든다. 결국 작년에 비해 12,000원가량을 더 소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각 음식의 주재료만 선정해서 산출한 결과이므로 하나의 음식을 만드는데 필요한 각종 부재료와 양념까지 포함한다면 그 이상의 지출이 불가피하다. 또한 수산물 및 육류의 물가는 거의 오르지 않았지만 식단에 제시한 고등어조림이나 버섯불고기를 만들 경우, 다양한 채소류 부재료로 필요하기 때문에 어떤 음식도 부담되지 않는 메뉴라고 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식비 Down 할수록 애꿎은 칼로리만 UP!
채소값이 오르면서 장보기가 두려워진 주부들이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것은 오래두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인 수산물, 육류 및 가공식품류다. 즉석 반찬도 가격이 저렴하고, 장기 저장이 가능한 절임류 또는 조림류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물가가 폭등한 채소류가 주재료인 음식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식품으로 대체할 경우, 우리 식탁의 칼로리는 얼마큼 상승하게 될까?
무국을 미역국으로, 시금치무침을 장기저장이 가능한 장조림으로, 배추김치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가공식품인 어묵볶음으로 대체해 보았다. 그 결과, 약 300kcal가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다. 하루 300kcal를 소비하기 위해서는 약 1시간 30분가량을 걸어야 하며, 조깅이나 테니스는 약 40분간, 줄넘기나 계단 오르기는 약 20분 간 해야만 소모가 된다. 절대 적지 않은 양의 칼로리라는 뜻이다. 생활고를 해결하려다 불필요한 지방만 덤으로 얻게 되는 것이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이럴 때일수록 현실을 한탄하기 보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일부 주부들 사이에서는 배추값이 폭등함에 따라 배추를 대체하는 가격이 저렴한 식품으로 이색 김치를 담고 있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양파김치','고춧잎 김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양파김치는 양파의 달짝지근한 맛과 김치 양념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있으며, 비타민이 풍부한 고춧잎을 이용한 고춧잎김치는 배추김치 못지않은 영양식이다. 또한, 배추김치 대신에 열무김치나 깍두기, 오이소박이 등이 식탁에 오르면서 조금씩 잊혀져가는 다양한 종류의 김치들을 맛볼 수 있는 기회라고도 볼 수도 있다.
위에서도 보았듯이 식비를 줄이기 위해 익숙한 음식 속에서만 대안을 찾다보면 애꿎은 칼로리만 오르게 되어있다. 조금만 생각을 전환해 보면 평소에 친숙하지 않았던 음식들을 다양하게 시도해 볼 수도 있고, 칼로리는 낮으면서 영양이 풍부한 농산품들을 이용해서 우리집만의 별미를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채소값이 안정된 뒤에도 가을의 오곡백과처럼 식탁을 더욱 풍요롭게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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