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백신 이야기3]
천연두 그 이후
활발해진 백신 개발!
- 식품의약품안전처 온라인 대변인 의학박사
신인수
◆ 천연두 백신을 시작으로 많은 과학자들이 다양한 백신을 개발하기 시작하고 본격적인 사용이 시작됩니다.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분이 루이스 파스퇴르였죠. 오늘은 파스퇴르의 백신 개발을 살펴볼까요.
<루이스 파스퇴르 사진 =위키피디아>
# 파스퇴르, 백신 개량에 주요 역할!
● 1870년대 후반의 닭 콜레라 세균을 약화시킨 백신을 파스퇴르가 만들게 됩니다. 또한 이 업적은 그 이후 40 여 년간의 약독화(독성을 약화시킨) 백신, 여러 차례 배양(계대)을 통한 변형 그리고 이러한 약독화 백신의 독성 재발 등 백신 개량에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 1879년 여름 파스퇴르는 닭 콜레라 배양을 여름휴가 동안 실수로 방치하게 되고 휴가에서 돌아온 그는 배양이 공기 중에 노출되어 독성이 약화되었지만-바짝 말라서 건조와 공기 노출로 인한 산화가 일어난거죠- 미생물이 아직도 면역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요. 이것은 Jenner가 천연두를 예방하기 위해 천연두 바이러스를 사용했던 것과 유사한 방법이라는 것을 즉시 알아차리게 됩니다. 파스퇴르는 이 결과를 학회(Academy of Sciences)에 1880년에 큰 관심을 받으며 출판하게 됩니다. 파스퇴르의 닭 콜레라 백신은 약독화된 천연두를 직접 이용하여 백신을 제조한 Montagu 여사의 천연두 백신 접종 방법(I편에 나오듯이 천연두 딱지를 갈아서 만드는-마찬가지로 건조와 산화가 약독화 방법이었겠죠)과 유사하였고 따라서, 현재의 백신의 개념과 유사하게 백신을 제조할 때 질병을 유발하는 바로 그 균주를 직접 이용하는 방법이 파스퇴르의 닭 콜레라 백신으로부터 확립된 것입니다.
● 파스퇴르는 콜레라 백신연구와 병행하여 탄저균에 대한 연구를 1877년에 시작하였습니다. 탄저균(2000년대 초반 백색가루의 공포와 바이오 테러의 대명사 였던...기억하시죠?)은 1876년에 Robert Koch가 탄저 바실러스를 찾아내어 포자를 형성하여 매우 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음을 밝힌 바 있었으며, 비록 Casimir Davaine이 이 바실러스 균을 1850년에 관찰한 바 있고 탄저병의 원인균으로 이 균주를 지목했으나 Koch은 탄저 바실러스 균의 순수 배양을 가능하게한 첫번째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여러 실험 동물들에게 전염을 확인하여 이 바실러스 균과 탄저병의 연관성을 증명하였죠.
● 파스퇴르는 Davaine과 Koch의 연구를 알고 있었으며 또한 수의사인 Henri Toussaint를 알고 있었는데, 사실상 파스퇴르는 Toussaint와 탄저 백신 개발에서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었지요. 최초의 대중적인 탄저 백신에 대한 임상이 Pouilly-le-Fort에서 1881년 5월 5일에 시작되었고 파스퇴르는 이 임상을 통해서 백신효과에 대한 그 당시의 의문을 날려버렸습니다.
● 상세한 실험내용을 보면 파스퇴르는 24마리의 양, 1마리 염소 그리고 6마리 소에 약독화된 탄저 바실러스 균을 접종하고 5월 17일에 해당 동물들은 좀더 독성을 가진 탄저균들을 재차 접종하였고 반면에 24마리의 양, 1 염소 그리고 4마리 소는 대조군으로 사용하여 해당 균 접종을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약 2주 후인 5월 31일, 대조군과 검체군 모두 독성 탄저균을 1877년부터 파스퇴르가 실험실에 보관하던 포자로부터 제조하여 접종하게 됩니다.
● 6월 2일에서 21일 사이에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대조군의 양과 염소는 모두 사망하게 되었고, 2마리 이상의 양들은 관찰자 눈앞에서 사망하였고 나머지도 그날 이내에 모두 사망하였구요. 반면에 백신을 접종한 모든 양과 염소 그리고 6마리의 소들은 건강을 유지하였답니다. 비록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4마리의 소들은 사망하지 않았으나 탄저에 의한 마비증상을 뚜렷히 보였고 양이나 염소보다 그 크기가 큰 이유로 사망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이런 동물실험을 완료하고 파스퇴르는 마침내 인류가 일반화된 제조방법에 의해 조절가능한 배양을 통한 백신을 보유하게 되었다고 선언하기에 이르게 됩니다.
# 우연한 발견을 끈질기게 탐구한 산물 ‘백신’!
◆ 천연두 백신에 이은 콜레라 백신과 탄저 백신은 인류 발견의 주요 사건이었고 페니실린의 발견과 마찬가지로 어찌보면 실수에서 기인한 우연한 발견을 끈질기게 탐구한 산물이라고 할수있을 것 같습니다. 탄저 백신은 동물실험 즉 오늘날의 비임상(non clinical trial) 중 효능시험을 실시한 예가 될것이며 나아가 임상시험의 주요 사항인 검체군과 대조군의 설정 그리고 백신 효과를 입증하기위한 디자인과 시험이 비교적 체계적으로 이뤄진 최초의 시도였다는 점에서 의약품 개발사에 큰 의의를 가진다고 할수있겠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그때 당시 아직 항원-항체 반응이나 면역세포의 기능 그리고 면역학적 기억 등 이론 자체를 모르던 시대에 이런 디자인을 했다는 것은 획기적인 것이었다고 생각되네요.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Jenner라는 최초 백신 개발자의 이름보다 파스퇴르를 더 잘 기억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 과학은 뛰어난 두뇌와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소한 것을 놓치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고 이러한 기회는 우연히 찾아오기 보다는 수십년의 열정과 또 끊임없는 탐구의 결과라는 점에서 우리 처가 표방하는 과학에 기반한 규제(Science based decision) 역시 동일하다고 생각하게 되네요... 더욱 신뢰받는 식약처가 되도록 더욱 열정과 탐구로 무장하겠습니다.
출처: Vaccines 4th Edition, Stanley A. Plotkin, M.D., Walter A. Orenstein, M.D., 2004, Elsever Inc. (USA)
이상 식약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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