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히말라야 산맥에 둘러싸인 훈자(Hunza)마을. 90세 이상의 건강한 노령 인구가 많은 것으로 유명한 세계 3대 장수 마을이다. 100세 고령 시대의 표본이 되는 훈자마을 사람들의 잘 먹고, 건강하게 사는 비결은 무엇일까. 혹시 해발고도 2,500m에서도 피어나는 살구나무는 알고 있지 않을까.
글·사진 이원종 강릉원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파키스탄의 히말라야 산맥에 위치한 훈자(Hunza)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마을이다.
파키스탄 최북쪽에 있으며, 중국과 경계를 두고 있는 길기트(Gilgit) 지역에 속한다. 이곳은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750㎞나 떨어져 있는데, 이슬라마바드에서 훈자로 가는 도로는 1966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1978년에 개통했다. 이 도로가 바로 이슬라마바드와 중국의 카쉬가르(카스)를 잇는 총 연장 1,284㎞의 '카라코람 하이웨이'다. 공사가 진행된 22년 동안 1,000여 명이 넘는 노동자가 죽었다고 한다. '가루가 되는 바위'라는 뜻의 '카라코람'은 이름만큼이나 험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도 유명하다. 라왈핀디를 출발한 버스는 꼬박 20시간이 걸려 길기트에 도착했다. 카슈미르의 옛 주도(主都)이자 소발률국의 도읍지였던 길기트의 주위에는 높은 산과 황량한 벌판뿐이다. 아뿔싸. 훈자는 길키트에서 2시간 30분 정도를 더 가야 한다고 했다. 에콰도르의 빌카밤바, 그루지야의 캅카스 마을과 함께 세계 3대 장수마을로 꼽히는 파키스탄의 훈자에 가기 위한 여정은 이렇듯 멀고도 험했다.
땅에서 난 자연식 위주 식습관
훈자마을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최고령자인 부불 할아버지 집을 찾았다. 할아버지의 식습관과 일상은 매우 규칙적이었다. 아침 8시에 짜이차와 짜파티(Chapatti)로 아침식사를 하고 12시에 쌀이나 감자, 콩 등으로 만든 전통식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4시경에 차를 마시고 난 후, 저녁은 7시쯤 되도록 간단하게 먹되 야채와 고기를 가리지 않고 먹는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매일 아침 집에서 1㎞ 떨어진 교회에 가서 기도도 하고 오후에는 마을의 나무그늘 밑에서 친구, 자녀들과 함께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이야기 나누는 모습으로 보아도 그는 아주 건강해 보였다. 손녀에게 할아버지의 건강 비결을 묻자 그녀는 답했다. "훈자 지방에서 나오는 음식만 드시고 가족과 함께 즐겁게 사는 것입니다."
실제로 부불 할아버지와 많은 훈자인들은 가공식품은 거의 먹지 않고, 자신들의 땅에서 나는 신선한 식재료를 먹고 있었다. 화학비료가 비싸 농부들이 화학비료나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이 준 참살이 간식, 살구와 멀베리
훈자마을 곳곳의 계단식 밭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작물은 감자였다. 시금치, 상추, 호박, 당근, 감자, 무, 강낭콩, 병아리콩, 렌틸 콩 등도 텃밭에서 자라고 있었는데 이런 채소는 훈자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먹을거리다. 훈자인들은 전통적으로 식량을 자급자족해 왔다. 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어 식재료를 공급받기도 힘든데다가 넉넉하게 식재료를 살 형편이 되지 않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먹을 것이 귀한 만큼 이곳 사람들은 소식 습관이 길들여져 있다. 음식의 상당 부분은 조리하지 않고 날로 먹는데 여름철에도 음식의 약 80% 이상을 날로 먹는다고. 겨울철에는 콩을 며칠 동안 물에 불려 햇볕에 말리면서 싹을 띄워 먹는다. 이곳 사람들 역시 에콰도르의 빌카밤바나 러시아의 캅카스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고기를 먹기가 쉽지 않다. 훈자인들의 전통 음식 중 동물성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이라고 한다.
반면 훈자지방에는 더할 나위 없이 풍족한 것이 둘 있는데 어디에 가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살구나무와 멀베리(Mulberry)나무가 그것이다. 해마다 나무들에 주렁주렁 열리는 열매는 훈자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으로, 이 열매들에 바로 훈자의 장수비결이 숨어 있었다.
살구는 훈자 사람들의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로, 이곳의 살구나무는 그 종류만도 20여 가지가 넘는다. 여름철에는 잘 익은 살구 열매를 날로 먹거나 잼을 만들어 먹기도 하며, 일부는 햇볕에 잘 건조시켰다가 과일이 나지 않는 계절에 먹는다. 말린 살구는 각종 요리에도 다양하게 사용된다.
생존 위한 부지런함이 건강 비결
이곳에서는 90세 넘은 노인들이 계단식 밭을 오르내리며 일하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밭에서 감자, 옥수수 등을 직접 재배한다. 일하지 않을 때에도 노인들은 항상 웃으며 즐겁게 산다. 가족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며, 웃어른으로서의 권위를 가진 훈자 마을 노인들은 항상 삶에 만족을 느끼며 산다.
깊은 산 속의 가파르고 좁은 땅에서 살다 보니 자연히 먹을 것이 귀했으며, 땔감도 없어서 요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아껴 먹었다. 또한 먹을거리를 해결하기 위하여 꾸준히 일하는 동안 소박하고 검소한 삶의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어쩌면 척박하고 어려운 환경이야말로 훈자인들이 가진 숨은 장수의 비결은 아닐까.
- 본 기사는 '소비자를 위한 열린마루 2013 (7+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웹진의 다양한 기사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식약처 웹진 ‘열린마루'를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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